말없이 침묵 가운데에 혼자 머무르는 시간이 되면 생각의 파도가 몰려오곤 합니다. 우리는 육신이 중독된 동안에는 육신의 욕구를 탐하지만 육신이 잠잠해지고 나면 정신의 욕구를 탐하게 되지요. 정신은 끊임없이 흥미거리를 찾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상상들이 떠오르게 되지요.
침묵이라는 것은 훈련하는 것입니다. 침묵이라는 것은 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공을 들이면 외적인 침묵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조용한 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홀로 방 안에 머무를 수 있겠지요. 하지만 다음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는 내적인 침묵인 것입니다. 그리고 내적인 침묵이 없으면 우리가 아무리 쥐죽은 듯 조용한 곳에 머무른다고 해도 우리는 산만하게 됩니다.
이런 훈련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광란과도 같은 소란에 내어 맡기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말해야 하고 들어야 하고 그것을 서로 대화한다고 착각합니다. 정작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로 이야기 주제를 꺼내고 서로 수다를 떨고 실컷 말하고 나서는 좋은 대화였노라고 착각을 하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정신을 더 산만하게 만들었고 영혼을 어지럽힐 뿐인 그 대화를 두고 말이지요.
침묵 속에 머무를 때에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가 비로소 스멀스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지요. 하지만 그것도 단숨에 그리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인고의 시간을 통해서 그리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가볍고 그 가벼움으로 인해서 자신의 영혼의 가장 무거운 부분을 지나치게 소홀히 다루곤 합니다. 우리는 진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혼을 침착하게 다스릴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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