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마르 11,17)
강도들은 자기 소굴에서 무엇을 할까요? 아마도 다음과 같은 일을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목표물을 물색할 것입니다. 어느 집이 돈이 많은지 어느 상인이 어떤 길을 자주 이용하는지 등등 자신이 지닌 정보들을 나누고 그것을 바탕으로 범행 대상을 고르겠지요. (비난, 증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을 짤 것입니다. 누가 앞장서서 망을 보고 누가 칼질을 잘하며 누가 경호원을 제압할 것인가 등등을 서로 계획하겠지요. (악의)
그리고 악행을 저지르고 돌아오면 전리품을 나누기도 할 것입니다. 강도질을 해 온 물품들을 서로 맡은 역할에 따라 몫을 나누겠지요. (탐욕)
때로는 술판과 온갖 향락이 벌어지기도 할 것입니다. 그들이 약탈하는 이유는 번 것으로 즐기기 위함이니까요. 그들은 잔뜩 먹고 마시고 취할 것입니다. (무절제)
그리고 서로 다투기도 할 것입니다. 그들은 언제나 더 높은 지위에 앉는 것이 목표이고 궁극적으로는 두목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로를 비하하고 시기하고 서로 간에 살인을 저지를 아주 음흉한 계획도 짤 것입니다. (시기, 증오)
기도하는 집은 기도하는 곳입니다. 사람들은 모여서 하느님을 떠올리고 하느님에게 기도하기 위해서 기도하는 집을 찾습니다. 헌데 때로 이 기도하는 집이 강도들의 소굴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서로 모여서 수근대면서 누군가를 험담하고, 비록 재물을 빼앗지는 않더라도 그의 명성을 무너뜨리고 또 하찮은 감투와 그로 인해서 얻어지는 세속적 명예를 얻고자 한다면 우리는 기도하는 집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 셈입니다.
이는 단순히 건물로서의 성전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닙니다. 우리의 몸은 하나의 성전입니다. 우리가 우리 안에 그릇된 의도를 품고 다니면 우리는 우리의 거룩한 몸을 강도의 소굴로 만드는 셈입니다. 온갖 어둠의 영들이 그 안에 들어와 잔치를 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의 몸을 성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언제나 하느님을 가운데 모시고 그분을 늘 떠올리면서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언제 어디에 있든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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