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는 유다인들에게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라고 증언하면서 말씀 전파에만 전념하였다. 그러나 그들이 반대하며 모독하는 말을 퍼붓자 바오로는 옷의 먼지를 털고 나서, “여러분의 멸망은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나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나는 다른 민족들에게로 갑니다.” 하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사도 18,5-6)
바오로 사도는 반항하는 이들에 대한 대응책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이 자비롭다고 해서 모든 것이 그대로 허락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들이 전하려는 것의 본질을 알고 그것이 좋은 것이면 받아들일 줄 아는 선한 마음을 지닌 이들이 되어야 합니다.
만일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들이 지닌 것이 좋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내치고 도리어 적반하장격으로 그들을 모독하는 말을 쏟아붓는다면 우리에게 전해지는 호의는 그치고 맙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거부함으로 인해서 우리에게 다가올 재앙의 책임은 온전히 우리 자신의 몫이 됩니다.
때로 우리의 변덕은 도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마치 한창 연애질에 빠져 있는 젊은 처녀가 걱정하며 밤에는 나가지 말라고 하는 아버지를 표독스럽게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과 같은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녀를 밤에 몰래 끌어내어 자신의 욕구를 채우려고 하는 남자친구와 그런 딸아이를 보호하려는 아버지의 진실한 마음 사이에서 올바른 길을 선택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의 내면에 숨어 있는 욕구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그 어둠의 길에 예비된 결과를 입게 됩니다. 덜컥 임신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크신 은총으로 우리를 감싸고 보호하시지만 우리는 번번이 그 품에서 뛰쳐나오곤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서는 나중에 가서는 하느님에게 모든 탓을 돌리기까지 합니다.
모든 멸망의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유일한 일은 우리를 살리기 위한 노력 뿐이었지요. 호의, 사랑은 전해질 때에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그쳐지고 나면 우리는 어둠의 구렁텅이에 던져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온전히 그것을 거부한 자의 몫이지요. 나아가 그 호의와 사랑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다른 민족들에게 전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은총은 넘치고 넘쳐서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전해지게 될 것입니다. 그때에는 첫째가 꼴찌가 되는 이들이 많고 골찌가 첫째가 되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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