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적 힘이 충만해서 빛을 발하는 영혼이 있는가 하면, 간신히 숨쉬는 죽은 듯이 살아있는 영혼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외면은 그것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충만한 영혼은 겸손으로 그것을 감추고, 거의 죽어가는 영혼은 온갖 치장으로 그것을 감춘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는 알고 있다. 자신의 영혼이 어떠한 상태인지를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이다.
충만한 영혼은 내적인 기쁨이 충만하다. 그의 외적 환경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어쩌면 그는 외적으로는 가장 큰 시련을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잠잠하고 고요하다. 그는 언제나 하느님 가까이에 머무르면서 쉴 수 있고 그분의 은총과 사랑을 되새김질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외면은 거친 폭풍우가 몰아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언제나 문제의 가장 중심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전혀 그런 문제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힘 닿는 데까지 주변을 돕는다.
반면 내면이 거의 죽어가는 영혼은 피상적이고 찰나적인 쾌락으로 가득하다. 그는 먹고 마시고 취하고 하는 일에 열의를 쏟는다. 사실 그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유흥을 위해서 언제나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그는 모으고 쌓지만 그럴수록 그의 마음은 더욱 공허해질 뿐이다. 그는 나눌 줄을 모르며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을 마치 자신의 생명이 죽어 나가는 것인 양 질색을 하곤 한다.
특히나 이런 미천한 처지의 사람들은 자신의 본질을 잘 모른다. 그래서 그들을 ‘장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안다면 길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인데 그들은 스스로에게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나아가 그것을 조언하는 이들 마저도 공격적으로 대하기가 일쑤이다. 물론 그 조언은 내면이 충만한 자에게서 나온다.
내면이 충만한 이들은 애써 조심해서 조언을 하지만 번번이 그 조언이 내쳐지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영적 상태에 합당한 사랑을 받기는 커녕 도리어 세상의 천덕꾸러기가 되는 경험을 한다. 그래서 언제나 침묵 속에 머무르기를 더욱 즐기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일을 전혀 하지 않는 게으른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전보다 더 열심히 일을 하며 그 누구도 하지 못할 일을 하곤 한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은 이 모든 것을 굽어보고 계신다. 하느님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잘 알고 계시며 다만 세상 끝날에 분류되고 추수될 것을 준비하고 계신다. 하느님은 충분한 기회를 주셨고 남은 선택은 우리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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