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가난은 나쁜 것이었다.
냄새나는 건 더러운 것이고
낮은 곳에 머문다는 건 피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보다 더 나쁘고 더럽고 피해야 할 것들이 뭔지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나눌 줄 모르는 부유함이고,
가식적인 세상의 향기이며
교만 가득한 높은 자리라는 것을...
보다 더 지독한 것들 가운데에서
전에 생각하던 것들은 오히려 더 지독한 것들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비밀을 알지 못한 채로
세상 안의 부와 향기와 높은 지위를 탐한다.
아닌 척, 고상한 척,
마치 자신들은 선한 사람인 양 착각하며 살아간다.
진짜 죄는 계명의 어김이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마음에 있는 것임을,
서로 갈라서려는 마음 속에 있는 것임을
그들은 여전히 깨닫지 못한 채로
오늘도 '너와 나'를 구분짓는다.
그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달아 다시 하느님께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려는
하느님의 뜻이다.
우리는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