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갈수록 ‘말’이 점점 불필요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말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고 ‘삶’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까요. ‘말’이라는 것은 믿음을 처음 형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믿음이 진정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삶’이 필요하게 됩니다. 결국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 말은 그 힘을 상실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삶이 점점 채워지게 되면서 말은 점점 그 설자리를 잃는 것이지요.
저는 여전히 말을 많이 합니다. 미사 강론대에서도 말을 하고 저를 찾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도 말을 많이 하지요. 하지만 그 밖의 자리에서는 가능하면 말을 삼가고 있습니다. 삶이 뒷받침되지 않는 말, 공연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하는 말은 공허하기 그지 없으니까요.
진실한 친구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는 친구는 영혼의 기쁨이지요. 그런 친구가 곁에 있으면 진실한 말 외에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서로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이미 알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모르지요.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에게 말을 많이 합니다. 물론 그마저도 하느님과의 우정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지요. 아예 하느님을 무시하는 사람도 많고 자기 안에 갇혀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말은 가볍기 짝이 없습니다.
연예인 이야기, 메인 뉴스 이야기, 개그 프로 이야기에 열변을 토하는 사람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물론 그러한 것들이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양념처럼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그것에만 열중하기 시작한다면 곧 우리의 내면의 공허를 드러내는 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