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시골 공소에 혼배 강좌를 위해 나와 있습니다. 이곳은 휴대폰 신호도 없는 곳입니다. 지난 번 미사 때에 혼배를 받고 싶은 부부가 많다고 해서 일부러 시간을 내었지요. 헌데 정작 혼배강좌에 나오는 부부는 고작 2쌍이 전부입니다. 좀 실망스럽긴 해도 일단 하기로 한 일이니 해야지요.
벌레도 많고 덥고 인터넷도 안되지만 밤하늘에 별들이 수도 없이 빛나고 사람들이 매 끼니마다 식사를 챙겨주고 초록색 자연이 가득해서 좋은 곳입니다.
아까는 열린 문으로 빼꼼히 두 아이가 나를 구경합니다. 한 아이는 9살 쯤 된 여자아이고 다른 아이는 7살쯤 된 꼬마 아이입니다.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저 사람이 신부님이야.”
헌데 그 뉘앙스가 마치 어린 동생에게 동물원의 원숭이를 구경시켜주는 누나의 말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동양 사람인데다가 신부라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신기할 따름이지요. 그냥 미소지어 주었습니다. 마침 가지고 있던 과자를 하나 쥐어 주었지요.
닭이며, 개는 기본이고 고양이, 돼지, 고라니들이 서성댑니다. 해가 뜨면 온 몸이 땀으로 샤워를 할 정도로 덥고 해가 지고 나면 그나마 바람이 좀 시원해집니다. 다행히 물을 넉넉히 준비해 와서 하루에 2리터씩 마시고 있습니다.
다행히 물은 넉넉히 쓸 수 있어서 수시로 샤워를 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만 총 5번은 샤워를 한 것 같습니다. 화장실 바닥에 개미집이 하나 있는데 물리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샤워를 하면서 발로 흐트려 놓으면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똑같은 자리에 개미집이 세워져 있습니다. 변기는 있는데 앉을 수 있는 커버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있는 그 위에 앉아서 일을 봅니다.
그때 그때 사람들이 서로 다르게 가져오는 식사도 나름 기대가 됩니다. 아침 점심은 보통 간단하게 요구르트와 비스켓 정도이고, 점심 때에는 그래도 요리를 해다 줍니다. 이곳 음식이 대부분 짜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이 정도 땀 흘리고 덥게 살려면 그 정도 소금은 먹어줘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젊은 아이들이 가끔 와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거의 대부분 내가 이야기를 하지요. 세상적인 것들 탐내지 말고 영혼을 추스리고 살아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하지만 젊은 아이들에게는 소 귀의 경 읽기겠지요. 아이들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외적인 것입니다. 그 중 한 아이는 어디에서 배웠는지 저에게 한국어를 말하며 무슨 뜻이냐고 묻기도 합니다.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이 이 시골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네요.
한날은 점심을 가지고 온 자매가 제가 먹는 동안 함께 있어 주길래 혼인에 대해서 물어 보았습니다.
“왜 사람들이 혼인하기를 꺼려하지요?”
“두려워서 그래요. 이렇게들 말해요. 교회혼을 하고 나면 더 싸운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교회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싸우지 않는 것도 아니잖아요?”
“맞아요. 하지만 그런 믿음이 있어요.”
빛이 다가와도 어둠은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법이지요. 행실이 악한 이들에게 진리의 가르침은 성가심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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