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는 큰 착각 중의 하나는 여전히 불의를 저지르면서도 구원이 다가올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근거를 물어보면 하느님은 자비로우신 분이시니까 라고 대답하곤 하지요.
하지만 하느님의 자비가 누군가 원하지 않는데도 억지로 전단지 끼워 넣듯이 주어진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모든 이에게 충분히 주어질 수 있는 것이지만 단 ‘하느님을 믿고 그분께 의탁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이를 다른 표현으로 ‘회개’라고 하는 것이지요.
불의한 자들은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모릅니까? 착각하지 마십시오. 불륜을 저지르는 자도 우상 숭배자도 간음하는 자도 남창도 비역하는 자도, 도둑도 탐욕을 부리는 자도 주정꾼도 중상꾼도 강도도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합니다. (1코린 6,9-10)
바오로 사도는 분명한 어조로 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불의는 불의일 뿐이라고 말이지요. 다만 전에 불의함 속에 빠져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회개한 이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우리 모두가 전에는 불의한 이들이었지요.
여러분 가운데에도 이런 자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느님의 영으로 깨끗이 씻겨졌습니다. 그리고 거룩하게 되었고 또 의롭게 되었습니다. (1코린 6,11)
결국 거룩함도 불의도 모두 우리 스스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 주변의 환경적 요소들이 나를 더 쉽게 죄를 짓게 하도록 도울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이 곧 나의 죄에 직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국 죄를 짓겠다고 선택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선도 마찬가지이니 주변이 아무리 거룩하다고 나도 절로 거룩해지는 법은 없습니다. 성당 안에 미사가 한창인데도 속으로는 지저분한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 주변이 아무리 악한 환경이라도 나는 꿋꿋하게 선을 지켜 나갈 수 있습니다.
의로움과 불의는 모두 우리 자신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 의로우신 분인 하느님을 받아 들이거나, 혹은 우리 자신의 불의를 만끽하거나 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결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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