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루카 8,17)
이 말은 한편으로 아름다운 표현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 두려운 표현이기도 합니다. 즉, 의인들에게는 너무나 기대하던 진리이지만 악인들에게는 너무나 두려운 진리이지요.
의인들은 자신의 빛을 드러내고 살아갑니다. 물론 그들은 드러내려고 하지 않지요. 하지만 그들이 지닌 빛은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애써 숨기려 하지만 결국 그들의 일상적인 삶 안에서 빛이 드러나고야 마는 것입니다.
반대로 악인들은 자신의 어둠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그들은 철저히 숨기고 또 숨기지요. 그리고 외적으로는 선을 가장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숨길 수가 없습니다. 그들의 열매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표정은 어둡고 그들의 반응은 신경질적이며 그들은 포악하고 사납습니다.
죄는 어두움 속에서 행해집니다. 사람들은 스스로 죄스럽고 부끄러운 줄 아는 행위라면 그것을 드러내 놓고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거의 수많은 범죄는 밤에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으슥한 장소에서 이루어지지요.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은 훗날 환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진리였습니다. 감춰진 것은 반드시 드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라는 것이겠지요.
세상 사람들은 참을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짧은 현세 안에 모든 것이 환히 드러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지요. 자신들도 뭔가 숨기는 게 있으면서 타인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정의를 바라곤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영원 안에서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모든 감춰진 것은 반드시 드러나게 됩니다. 조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몰래 행한 선도, 우리가 숨어서 행한 악도 모두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진리와 거짓은 그때 가서 분별해도 충분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판단하지 마라’라고 가르치셨지요.
진정한 판단, 즉 심판은 오직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인간의 면모는 오직 한 부분일 뿐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믿고 기다리십시오. 하느님은 늘 쉬고 계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느님은 일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다만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우리가 마땅히 소중히 여겨야 할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가 돌보아야 할 것들을 돌보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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