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 (1코린 12,27)
우리가 성체를 받아 모시는 것은 그리스도의 몸이 우리에게 나누어져 우리 또한 그리스도의 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작은 알약 하나가 온 몸을 치유하듯이 우리가 그분의 몸을 영(領: 받다, 차지하다)함으로 인해서 우리의 부족함과 나약함이 치유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몸은 여러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 모든 지체가 눈이라면 우리는 걸을 수도 무언가를 집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저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서서히 굶어 죽어가게 되겠지요. 반대로 모든 것이 발이라면 우리는 그저 앞으로 내달리기만 할 뿐, 다른 일을 전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지체는 저마다의 특성으로 몸을 위해서 봉사합니다.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지체는 없습니다. 그 모든 지체는 하나의 몸이기 때문입니다. 행여 자신이 맡은 일이 험하다고 해서 미천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맡은 일이 좀 더 고상해 보인다고 해서 더 나은 지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모든 지체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단 하나의 지체만이라도 고통 중에 있을 때에는 모든 몸이 고통스럽게 마련입니다.
이것이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는 사제와 일부 그 주위의 신자들만의 모임이 아닙니다. 교회 공동체는 모든 이가 하나의 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어느 존재도 소중하지 않은 존재는 없습니다. 우리는 같은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함께 나누고, 또 성령의 같은 핏줄을 이어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같은 생각으로 일을 할 수 있고, 같은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몸에는 암세포가 있습니다. 몸 전체의 영양분을 독식하려는 존재이지요. 공동체에도 때로 이런 암적인 존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균등하게 주어져야 하는 사랑을 독식하려는 존재입니다. 관심 받고자 하고 주목 받고자 하면서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이들을 괄시하고 천시하는 사람입니다. 암세포는 서서히 온 몸을 죽이듯이 이런 이들도 공동체를 와해시키고 맙니다. 서로를 이간질 시키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다투게 하지요.
몸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건강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즉, 공동체로 하여금 언제나 주님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마음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서 이 땅에서 살아가는지 무엇이 우리의 목적인지를 늘 되새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지체의 ‘이기심’이 자라나 암세포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그리스도의 몸은 거룩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작은 결함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몸이 의도하고 일하는 바는 여전히 거룩합니다. 손가락 하나를 칼에 베었다고 해서 우리가 다른 일을 전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몸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해 냅니다. 그래서 교회는 그 움직이는 방향 안에서 여전히 거룩한 것이지요.
우리는 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서로 다른 지체가 일치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가장 소외되고 낮은 이들을 위해서 먼저 뻗어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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