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음을 선포한다고 해서 그것이 나에게 자랑거리가 되지는 않습니다.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 (1코린 9,16)
어제는 침을 맞고 왔습니다. 한국에서 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목이 뻣뻣해져 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주 아픈 침을 좀 맞았더니 다시 잘 숙여집니다.
사제가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그의 자랑이 아닙니다. 의사가 치료를 한다는 것이 그의 자랑은 아닙니다. 선생이 가르치는 것이 그의 자랑이 될 수 없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만드셨고 저마다의 재주를 주시어 서로 사랑하는 데에 보탬이 되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사제는 말씀의 증거와 전례의 집전으로 그 사랑을 표현해야 하고, 의사는 치료로, 선생은 가르침으로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겸손’을 배워야 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겸손은 기본 덕목이 되어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복음 선포에 열정적이었고 이방 민족에게 널리 복음을 전했던 바오로 사도이건만 그는 겸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겸손은 꾸며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불행할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는 행복하기 위해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울며 겨자먹기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그 안에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세상이 보장하는 기쁨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우리는 신앙생활의 고됨 속에서 슬퍼하곤 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에 헌신하면서 슬퍼하는 것은 바로 우리 안에 희망이 사라져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이 생은 흘러갈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그러합니다. 제 아무리 부유하고 힘이 있는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는 저마다 준비된 것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진땀을 빼면서 재산을 모으기에만 헌신한 사람은 그것을 잃고 슬퍼할 수 밖에 없겠지만, 이 세상에서 영원한 가치를 지닌 것들, 즉 사람들의 영혼을 그러모으기 위해서 노력한 이는 훗날 자신이 하느님께로 모아들인 영혼들을 보면서 기뻐할 것입니다. 우리의 신앙은 바로 이를 위한 것이지요.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땅히 그것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또한 그 상급은 영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복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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