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 잘 헤아려라.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루카 8,18)
만일 위의 표현을 경제에 관한 서술로 받아들인다면 참으로 섭섭한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이는 더욱 가난한 이가 된다는 말이니까요. 하지만 위의 말은 재물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위의 말은 ‘배움’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배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혜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하느님의 빛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빛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이미 받아들인 빛으로 주변을 분별하고 더욱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으면서 자신에게 빛이 있다고 착각하는 이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마저 빼앗기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정도의 설명이면 사람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천만에요. 사람들이 재물에 대해서 마음을 빼앗긴 정도는 심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수와 양으로 따지는 걸 좋아합니다. 신앙생활도 곧잘 수와 양으로 치환되곤 하지요. 자신이 몇년도부터 신자였는지, 혹은 무슨 교육과정 몇 기인지를 따지고 드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영적인 설명을 해도 들리지 않는 것은 기본이거니와 제 깜냥대로 받아들여 화를 내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제가 좋은 글을 쓸 때에는 단 한번도 대꾸하지 않다가 조금이라도 자신과 연관되는 서술에 발끈해서 표독스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줄로 여기는 것마저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 이들, 그들은 참으로 초라한 이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가진 이들은 가진 것을 나누고자 얼마나 노력할지 모릅니다. 빛은 등경 위에 놓아져 밝혀져야 하니까요. 하지만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은 빛을 받아들이기는 커녕 빛을 꺼뜨릴려고 애를 씁니다. 다투고 싸우면서 그 빛을 가진 이들도 자신들의 더러운 싸움에 끼어 들기를 바랍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빛이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에게 그 빛이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싸우는 것을 즐기는 그들은 하루하루 가진 것을 빼앗기며 어둠의 자식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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