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분부하셨다. (루카 9,21)
베드로가 엉뚱한 소리를 한 것이 아닙니다. 베드로는 성령에 힘입어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고백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함부로 발설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명령을 내리십니다.
좋은 것이라고 해서 다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서 아무리 참된 진리이고 좋은 것이라도 그것을 곡해하고 망가뜨리려는 사람에게 전해지면 만신창이가 되게 됩니다. 그래서 그럴 때에는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숨기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것을 품고 그것을 전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전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모든 것이 원래의 의미대로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아이에게 교육을 시키기를 원한다고 대학 교육을 시킬 수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그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요. 그래서 베드로의 고백은 다른 이들에게 함부로 전해져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사람들이 전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에는 우리는 ‘신앙 고백’ 안에서 스스럼 없이 예수님이 그리스도라고 고백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신앙고백의 말마디 자체는 이제 공론화 되었지만 그 실제적인 뜻은 여전히 잠겨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가르침은 그 대상을 잘 분별해서 전해야 합니다.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면 안됩니다. 그들은 그것을 물어 뜯어버리고 우리를 공격하기까지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교만한 사람들, 즉 자기 자신들이 하느님보다 더 지혜롭다고 착각하는 이들 앞에서 우리는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그 어떤 가르침도 물어뜯을 것이며 오직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이 최고의 진리라고 착각할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때로는 입을 다물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 가르침이 우리의 비겁함을 포장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용기있게 우리의 신앙을 고백해야 합니다. 다만 악의가 가득한 상대 앞에서 우리는 조심을 할 뿐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