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이 나무를 올해만 그냥 두시지요.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서 거름을 주겠습니다. 그러면 내년에는 열매를 맺겠지요. 그러지 않으면 잘라 버리십시오.’ (루카 13,8-9)
주인의 말에 반항하는 것이 아닙니다. ‘잘라 버리시라’고 합니다. 다만 자신의 책임 하에 시간을 조금만 더 연장해서 기회를 주자는 말입니다. 한 해라는 시간 동안 다시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다고 합니다. 그런 시도가 아무런 소용이 없으면 그때는 잘라 버리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하느님이 심은 나무들입니다. 우리는 ‘열매’를 맺기 위해서 여기 존재하는 나무들이지요. 그 열매는 사랑의 열매입니다. 즉 우리의 의지를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게 사용하여 내 주변 사람들이 하느님을 진정으로 알고 사랑을 키워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분간이 잘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사회에서 명망 있고 알아주는 사람들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열매’가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명성과 위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지만 하느님을 위해서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오히려 자신의 교만과 탐욕으로 열매 맺는 나무도 질식시켜 버리는 이들입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고 아버지에게 부탁을 합니다.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지금 잘라도 아무 하자가 없을 나무를 예수님께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고 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길을 나서기로 작정한 사람들이지요. 그렇다면 예수님의 발걸음에 주목하고 그 걸음걸음을 잘 따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들을 대상으로 그들을 저주하고 뽑아 버리자고 하시는 분이 아니라 ‘그럼 내가 한 번 더 해 보겠습니다.’하고 나서는 분이십니다.
여러분들 주변에서 만나는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들을 정성껏 보살피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사랑이신 우리 아버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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