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루카 10,8)
음식이라는 것은 단순히 입으로 들어가는 식재료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이미 요한 복음에서 한 번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나에게는 너희가 모르는 먹을 양식이 있다.” (요한 4,32)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의 일을 완수하는 것이다.” (요한 4,34)
그렇습니다. 사람의 양식은 단순히 육신의 양식 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혼의 양식이 더욱 소중합니다. 실제로도 그러하니 우리가 아무리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어도 중요한 건 누구와 어떤 분위기에서 먹는가 하는 것이지 음식 자체는 사실 부수적인 것일 뿐입니다.
정말 꼬락서니가 맘에 안드는 직장 간부가 회식을 초대하면 거기 모인 사람들이 음식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거기 앉아서 먹을 뿐이지요. 아무리 입에 들어가는 것이 향기롭고 맛있다 하더라도 직장 간부가 독선적이고 횡포를 부리는 사람이면 긴장을 하느라고 음식 맛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거기서 도망나가서 집에서 라면이라도 먹는 것이 더 속편하고 맛있을지 모릅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에서 어느 고을에 가던지 차려주는 음식을 먹으라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복음 선포자가 받아들여야 하는 육신의 양식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거기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태이든지 복음을 전파하라는 말씀입니다. 선교사는 환경이 좋은 곳에 갈 수도 있고 환경이 나쁜 곳에 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차려진 것을 먹는 것, 즉 거기에 있는 이들을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한 본당의 주임 사제가 되었습니다. 이제 차려진 음식을 먹을 때가 되었습니다. 그 어떤 이든 다가오는 이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음식은 단단할 수도 부드러울 수도 있고, 잘 준비된 것일 수도, 아주 서투른 상태로 거의 준비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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