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걱정’ 없이 살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걱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저만 해도 오늘 아침은 돌아가서 무엇을 해 먹고, 점심은 어떻게 해결하며, 저녁은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또 세탁기에 넣어둔 빨래는 어찌하며 얼마 전에 고친 청소기로 복도 청소를 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종류의 걱정들은 차고 넘칩니다. 과연 우리는 이런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일까요?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걱정은 이런 종류의 걱정이 아닙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을 전하는 데에 혼신의 힘을 다한 사도이고 그분이 하는 유일한 걱정은 하느님에게서 한 영혼이 벗어나는 걱정 뿐입니다. 그것이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걱정입니다. 지상에 살면서 필요한 일들이 있습니다. 세상을 이용하면서 살아야 하기에 마땅히 신경써야 하고 챙겨야 하는 것들입니다. 그러한 것들은 자신의 능력 범위 안에서 책임감 있게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그런 일들은 시기에 따라서 왔다가 가는 일이고 결국 최종적으로 우리가 지상생활을 마감하는 날 더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일들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하는 일은 ‘영원한 생명’에 관한 일입니다. 그리고 바오로 사도는 이 일을 위해서는 가능하면 세상과의 유대 관계에서 해방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혼인이라는 문제까지도 할 수만 있다면 거기에서 해방되어 있는 것이 유익하다고 말합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 속에서 지내온 사람으로서 20대, 그리고 30대까지만 하더라도 이 가르침이 짐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사제 생활의 본질에 충실하려고 하고 다가설수록 이 가르침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서 품위 있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기 위해서는 온전히 주님의 뜻에 신경쓰는 마음이 필요하고 이는 세상의 여러가지 일들, 심지어 세상 안에서 정당하게 허락된 일들 마저도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데에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사실 혼인마저도 언젠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