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이사 60,2)
어둠이 어둠인 줄을 알 때에 빛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어둠이 어둠인 줄 모른다면 빛을 찾지도 않습니다. 진시황은 수은이 몸에 좋은 것인 줄 알고 마시다가 수은 중독으로 죽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방사능이 갓 발견된 시절, 사람들은 그 빛나는 물질이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면서 마셔 대었습니다. 적지 않은 이가 그로 인해서 이른 죽음을 맞이했을 것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처럼 나쁜 것에 대한 감각이 살아있지 않으면 그것을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취합니다. 이것이 어둠입니다.
영혼에도 어둠이 있으니 세상의 많은 요소들은 우리를 어둠에 사로잡혀 살아가게 만듭니다. 목적도 없이 돈을 벌고 싶어하고 성공하고 싶어합니다. 욕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원하는 사람은 많으니 서로 다투고 싸워야만 합니다. 또 그렇게 모으고 쌓아올린 것이 무너질 때에 우리의 영혼은 더욱 고통받게 됩니다.
그렇게 어둠이 세상을 뒤덮어 갑니다. 어둠은 자신이 어둠인 줄도 모르는 채로 어둠에 익숙해져 가는 셈입니다. 나 홀로 지낼 때에는 누구를 욕할 의도가 없지만 어둠에 사로잡힌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면서 그들이 누군가를 욕하는 것을 들으면서 나도 덩달아 그들을 증오하고 미워하게 되고 나와 일절 상관도 없고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했는데 너무나 쉽게 비난하고 살의를 드러내기까지 합니다. 암흑은 겨례들을 서서히 뒤덮어갑니다.
바로 그때에 빛이 드러납니다. 그분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런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순수성과 맑음을 지켜온 이들에게서 반사광이 드러납니다. 마치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는 보석이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찬란한 빛이 다가오면 자신을 반짝거리기 시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주님의 빛은 주님을 따라 살아온 이들의 내면을 밝게 빛나게 해 줍니다.
반대로 어둠 속에서 수치를 감추고 살던 이들에게는 이제 자신이 부끄러워하던 부분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그들은 고통을 당합니다. 어둠 속에서는 괜찮았는데 빛이 다가오니 자신이 감춰두고 싶은 부분이 자꾸 드러납니다. 그래서 그들은 빛을 꺼뜨려야 합니다. 반짝이는 이들을 없애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영혼이 빛나는 이들에게 세상에서의 고통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어둠은 빛을 증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빛이 드러나는 날이고 그것을 기뻐하고 찬미하는 날입니다. 빛은 세상에 알려졌고 더 알려지셔야 합니다. 만방이 빛을 알아보고 그 빛을 찬미하도록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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