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은 임금을 원했고 하느님은 그들의 의도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배척하는 중이었고 그것은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사무엘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 주라고 하십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진정한 왕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굳이 지금의 그들을 수정하고 고칠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들의 청을 들어주어 그들이 바라는 대로 자신을 핍박하는 왕 아래에서 신음하게 하여 진정한 왕, 참된 구원을 갈망하게 이끌어 주시는 셈입니다.
우리는 조급합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당장에 뜯어 고쳐야만 할 것 같고 빨리 해결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느긋하십니다. 인간의 생각이 허황하다는 것을 알고 계시고 당신이 하실 일을 영원을 두고 보시는 분이라서 모든 그릇됨은 훗날에 반드시 바로잡힐 것입니다. 공연히 그 어리석은 이들에게 반대해서 당신의 소중한 예언자가 배척받을 일은 없는 셈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그들의 말을 들어 임금을 세워 주라고 합니다. 때로는 겪어봐야 하는 것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백성은 자신들에게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임금을 원하지만 이미 사무엘은 그 임금이 백성들을 어떻게 괴롭힐지를 지혜 안에서 알려 주었습니다. 그것을 다 듣고도 백성들이 세워 달라는 임금은 세워주면 됩니다.
가끔 사목을 하다가도 같은 일을 마주합니다. 무언가를 두고 설명을 해 줍니다. 그것이 왜 그런 것인지, 어떤 점을 조심해야만 하는 것인지 열심히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미 답을 가지고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충고가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것을 누군가가 동의하고 수긍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대로 해 주면 됩니다. 충분히 설명해 주었으니 그것이 훗날 일으킬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들이 지게 될 것입니다.
임금을 뽑는 것이 죄는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민주적인 절차로 본다면 응당 그래야 하는 일입니다. 모든 백성들이 임금을 원하니 임금을 주면 됩니다. 본당도 비슷하게 돌아갑니다. 사람들이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하라고 두면 됩니다. 그러면 그것이 훗날 가져올 결과는 그들이 책임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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