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가까운 것보다는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이 낫습니다."
다윗은 자신보다 앞서 기름부음을 받은 자인 사울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기름부음 받은 이를 치겠다고 생각을 못하고 그가 충분히 가까이 다가섰다는 증표만 남기고 말았습니다.
어떤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하는가에 정답은 없습니다. 너무 가깝지 않은 거리, 지나치게 멀지 않은 거리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기준점은 각자가 구체적인 생활 속에서 찾아 나가야 합니다. 자신의 성향이 외향적이라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에서 힘을 얻는 사람은 더 친근하게 다가설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당한 거리 속에서 사랑을 실천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에게서 조금은 더 구체적인 거리를 배울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함께 지내게 합니다. 전날의 복음과는 대조적입니다. 전날은 예수님이 군중에게서 거리를 두는 모습을 연출합니다. 군중은 거리를 두어야 하고 제자는 가까이 해야 합니다.
1. 거리를 두는 군중
군중은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이들로서 제사보다는 젯밥에 관심이 많고 신앙의 본질보다는 호기심거리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들이 모이면 나누는 이야기는 모두 뜬소문에 대한 것들이 많습니다.
내가 지내고 있는 이들이 군중이라는 속성이 파악되면 거리를 두는 게 낫습니다. 호기심이 가득한 그들은 사제를 사제로서 찾는 이들이 아니라 호기심의 중심에 있는 이로서 찾을 뿐입니다. 그런 이들에게 다가서면 결국에는 철저하게 이용 당하기만 할 뿐입니다.
2. 함께 지내는 제자
반면 제자들은 주님과 함께 살아갑니다. 그들은 부르심을 받았고 주님께 나아왔으며, 예수님과 삶을 나누고 파견이라는 소명을 받습니다. 그리고 복음을 전하고 마귀를 쫓아내기도 합니다. 이들이 제자들입니다.
제자는 가까이 두어야 합니다. 삶을 드러내고 사명을 주고 그 사명이 이루어지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필요한 가르침과 힘을 주면서 동시에 요구하기도 해야 합니다. 제자는 혼자 좋으라고 되는 것이 아니라 사명을 이루기 위해서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두고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갈 때가 있습니다. 적당한 거리는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속성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 자신에게서 군중이라는 특성이 발견되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심코 기름부음 받은 자를 해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군중과 같은 이들에게 늘 함구령을 내리곤 했습니다. 반대로 내가 제자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우리의 주님이신 분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그리고 주어지는 사명을 두려워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실천적인 면에서 오히려 군중인 사람들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제자인 이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본당에 갓 부임한 사제는 잠시 시간을 두고 사람들을 지켜 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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