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에페 3,6)
알려지지 않은 좋은 것이 있다.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일까요?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알려지셔야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초창기부터 이방 민족들에게 선물되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이전까지 하느님과 그분과의 유대관계는 유대민족 고유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들은 선택받은 민족이었고 메시아도 그들의 민족에게서 태어나셨습니다. 하지만 온세상을 위한 구세주이신 메시아는 그들만을 위한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알려지셔야 했습니다. 그래서 머나먼 동방에서 박사들이 찾아왔습니다. 그들은 그분을 알현하고 나가서 그분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도 그 사명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상에 '나만 아는 신앙'따위는 없습니다. 그것은 고인물이고 썩어가는 물입니다. 신앙은 그 특성상 알려져야 합니다. 선포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그 신앙이 살아있게 됩니다. 그래서 신앙을 진실로 사는 이는 신앙을 선포하는 사람입니다. 나 홀로 성당 다니고 나 홀로 기도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탈란트를 홀로 지니고 있는 사람이 되고 훗날 하느님으로부터 질책 당할 것이며 가지고 있던 달란트마저 빼앗겨 더 많은 달란트를 벌어들인 사람에게 선물될 것입니다.
오늘날의 신앙 현실은 가혹해서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신앙을 전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이는 사실 비참한 현실입니다. 신앙이 전해질 수 있는 여러가지 환경 가운데에서 가장 쉽고 편하고 빠른 방법이 가정에서의 선교인데 지금은 이것이 가장 힘든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녀들은 더 이상 부모의 신앙을 답습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거꾸로 부모의 신앙을 관찰하던 그들은 실망하고 멀어지기까지 합니다.
신앙은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은 어둠에 빛을 전하는 것이고 그 빛에 이끌리는 이들을 모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에게 신앙이 진정으로 빛인지를 잘 살피고 그것이 참된 빛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의 빛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중심으로 해서 내가 등대가 되어 주변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매던 가련한 배들이 그 등대를 길잡이 삼아 나아오기 시작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주님의 신앙 안에 모여든 이방 민족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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