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건조함
이제 갓 영적인 걸음마를 떼려는데,
하느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이 느낌은 참 견디기가 쉽지 않다.
그 동안의 많은 일들을 '은총의 결과물'로 해석해 내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의 하느님의 침묵은 영적인 여정의 내 앞에 새로이 드러나는 도전인 것이다.
세상 어느 성인이라고
매일같이 하느님을 향해 변함없는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이러한 무미건조함과 어두움이 더 짙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에 내가 가진 '신앙'이라는 것이 더 빛을 발하겠지.
우리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현세 사물에 빠져들기는 참으로 쉽다.
우리의 육신은 바로바로 그 자극을 '영혼'에 전달해주고,
그것들이 실제한다고 외쳐대면서 나의 영혼이 그 사물들에 머물게 한다.
그래서 길가다 만나는 아름다운 여성에 시선을 빼앗기기는 쉽지만,
사람의 맑은 영을 분별해내고 그 영과 만남을 갖기는 어려운 이유이다.
인터넷을 열기만 하면 온갖 사진과 동영상들이 저마다 나를 보아 달라고 유혹을 하고
텔레비전은 즉각적인 웃음 소리와 자막까지 동원해서 우리의 정신을 쏙 빼 놓는다.
하지만 보다 참된 가치들이 숨어있는, 그래서 노력해서 우리가 다가가 열어야 하는
성경이나 영적 서적들을 읽기가 힘든 이유이다.
그것이 젊은이들이 '무한도전'에 빠져드는 이유이고,
'성경'이란 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이다.
다시금 나를 추스려야겠다.
새로운 회개로 하느님을 향한 방향을 새로이 굳히고,
오늘의 걸음마를 걸어 나가야지.
사실 내가 느끼고 진보하는 것보다,
반대로만 자꾸 나아가려는 나를 추스리는 작업이 일상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페이스북에 글 잠깐 올리려다가도
달려있는 댓글들에 시선이 가고, 남들이 올린 흥미로운 기사 거리에 눈길이 간다.
그런 저런 글들을 읽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마는 것이다.
써 제끼는 글만 읽고 이 신부가 뭔가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오히려 그 정반대이다.
나는 잠깐 빛을 반사시키는 거울 역할을 하는 것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여러분들 스스로 '말씀'에 다가서야 하고,
'기도'에 헌신해야 한다.
이든 저든 방법을 찾아서 하느님을 만나러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