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교리서에 나오는 '기도'의 종류와 정의 따위를 떠나서
조금 편안하게 생각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
'기도'는 도대체 뭐하자는 건가?
한 꼬마아이를 생각해보자.
이 아이가 처음에 할 수 있는 건 '떼를 쓰는 것' 밖에 없다.
우유를 달라고, 똥오줌을 처리해 달라고, 이런 저런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자 떼를 쓴다.
아이가 좀 자라면 말을 배우고 부모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부모가 하는 말을 이해하고, 조금씩 실천하지만 여전히 떼를 쓰기도 한다.
아이가 청년이 되고 결혼을 하면 이제는 자신이 꾸려야 할 식솔들이 생긴다.
이제는 자신이 예전의 부모 역할을 하기 시작하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
이제는 늙어 노년이 되면,
하루하루 살아있는 게 기적일 뿐이라는 걸 체험하고 모든 것에 감사드리게 된다.
기도의 정의는 끝났다. ㅎㅎㅎ
하지만 설명이 필요할테지...
처음엔 누구나 청한다. (청원기도)
그 다음엔 대화를 나눈다. (묵상기도)
그리고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 (관상기도)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감사 뿐이다.
청원이고 묵상이고 관상이고...
감사 드리는 사람이 장땡이다.
이든 저든 뭐든 감사하라.
시련이든 고통이든, 자녀가 대학에 떨어지든, 직장이 파탄이 나든(좀 심했나? ㅋ)...
감사하라.
사지가 떨어져 나가도 감사하고,
심지어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감사하라.
감사가 장땡이다.
그게 기도의 최종단계이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는데...
나는 아직도 멀었다.
겨우 묵상이나 가끔씩 하는 정도다.
평소엔 거의 청원이다.
아직도 '나'라는 존재가 너무나 뚜렷한가보다.
언젠가 내 주변의 서로다른 '나'가 더 뚜렷해질 때에
비로소 하느님의 일을 시작하면서 그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모든 것에 감사할 날이 오겠지.
그냥 그렇게 막연히 생각하고 하루하루 살고 있다.
그러니 당신도 그렇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미 수많은 것들에 '감사'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나보다 한 수 위다. ㅎㅎㅎ
하느님께 감사.
언제나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테살로니카2서 5장 16-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