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의미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묻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
교회는 가장 큰 가르침으로 '부활신앙'을 꼽는다.
전례력에서 '부활절'이 차지하는 자리를 되새겨보아도 알 수 있다.
이 영원한 생명의 선물이야말로 세상 어느 누구나 찾아 헤매고 다닐 법한
최고의 가치를 지닌 보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리스도교는 이 부활사건으로 인해서 마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듯이
세계 방방 곡곡으로 퍼져나간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 바로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십자가 신앙'이다.
십자가 없이는 부활이 존재할 수 없음에도
적지 않은 그리스도인들이 마치 십자가가 없다는 듯,
아니, 십자가를 애써 뇌리에서 지워 버리려는 듯이 살아가고 있는 요즈음이다.
'십자가'는 뭘까?
젊은이들의 장신구에서 쉽게 발견하는 십자가,
성당 벽에, 신자 가정에 늘 걸려있는 그 십자가,
과연 십자가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내가 나름대로 가장 단순하게 이해한 십자가는,
'죽음'이다.
내가 말을 하고도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다.
"아니 신부님, 누가 그거 몰라요?"라고 다들 비웃을 법 하다.
그렇다. 나를 향한 그 비웃음도 나의 '죽음'이 될 것이기에 받아들이련다.
십자가를 제대로 받아들이려는 이는 이러든 저러든 세상 안에서 '죽어야 한다'.
그 죽음은 가장 기초적인 것에서 세상 기호에 대한 죽음이다.
전에 내가 좋아했던 것들, 가장 기초적으로 '재화'와 관련된 것들에 죽어야 한다.
'재화'를 필요를 채우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밖에는 '죽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나머지 단계들이 있을 것이다.
보다 고차원적인 것들로서 '명예나 권력'에 관계되는 것들,
내가 가진 '지식들',
그리고 그렇게 나아가다보면 심지어는
나에게 당연히 요구되는 것들에서도 때로는 죽어질 필요가 있다.
(이 부분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겠다. 아직 나는 거기 발을 디디지 못했으니까.)
이 '죽어짐'이 십자가인데,
우리는 죽지 않겠노라고 버티니,
당연히 그 십자가 신앙의 바로 뒤에 붙어 있는 '부활 신앙'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다.
부활을 마치 현세에서 내가 육적으로 누리는 것들의 총화 정도로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지금 14평 월세에 살면 천국에서는 내 기와집이 있을 거라는 상상,
지금 내 마누라 인물이 떨어지면 천국에서는 김태희의 미모를 지니게 될거라는 상상,
그런 시덥잖은 천국 상상을 하고 있으면서 종교생활로 '보험'을 들어 놓는다.
주일미사 빠지지 않고 다니면 죽고 나서 들어가겠지라는 흐리멍덩한 생각.
여러분이 국가고시에 매진을 해도 그런 흐리멍덩한 식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
'천국'을 너무 얕잡아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큰 죄를 짓지 않으면 무리없다는 생각,
그러면서 세속적인 생각과 삶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야말로
하느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이느 마치 부모를 모시라고 했더니,
'뭐 나는 부모에게 사기치지는 않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신의 십자가는 어디 있는가?
아, 혹시나 하는 말인데,
당신의 죄의 결과를 두고 십자가라고 부르지 말아라.
그건 당신의 벌이지 결코 '십자가'가 될 수는 없다.
십자가는 당신이 하지 않은 일을 감싸안을 때에 시작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