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아버지나 어머니,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모두 백 배로 받을 것이고, 영원한 생명도 받을 것이다. (마태 19,29)
버린다는 의미는 여러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버린다는 것을 못쓰게 되어 내던진다는 것으로 생각하지요. 음식물을 버리고 물건을 버리는 통상적인 행위 안에서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성경 안에서 버린다는 의미는 ‘내려 놓는다’는 의미입니다.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이지요. 사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버리는 행위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접 손에 들고 있어도 그 물건에 마음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그 물건을 매일같이 사용하면서도 정작 그 물건에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요.
우리는 사실 많은 것을 이런 식으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수많은 것들을 실제로는 마음에 담고 가지고 싶어 하지요. 그것을 탐욕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그 탐욕은 우리의 ‘이기심’에 근거하고 있지요. 내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하고 따라서 모든 것은 나에게 속할 때에 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것을 소유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을 올바로 지니지 못하고 있지요. 그리고 우리는 진정으로 아껴야 할 것을 내던지기 일쑤입니다. 돈 몇 푼을 벌기 위해서 우정을 내던지고, 신의를 내던지는 경우가 허다하지요.
예수님은 위에 언급한 것들, 즉 집, 형제, 자매, 아버지, 어머니, 자녀, 토지를 ‘버리’라고 하십니다. 그 말은 우리의 마음에서 내려 놓으라는 말이 됩니다. 하지만 그 말을 그릇되이 해석해서 자신이 속한 모든 관계에서 도망쳐 나오라는 말로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오히려 모든 것을 ‘하느님 앞에서’ 새로이 관계 정립을 하라는 말로 이해해야 합니다.
신부가 되었다고 부모님을 내던져도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예전의 세속적 생각으로 부모님에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부모님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내가 소유한 것을 무조건 내던지라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마음을 내려 놓으라는 말입니다.
재산에 관련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재산에 집착하는 사람은 재산을 올바로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탐욕을 바탕으로 이기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재산을 ‘내려놓은’ 사람, 하느님의 뜻대로 모든 것을 운용하려는 사람은 재산을 올바로 관리할 줄 알고 필요한 때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할 줄을 알게 됩니다. 이 두 차이는 어마어마한 것이지요. 하지만 좀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단 두 사람 다 외적으로는 재물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요.
우리가 지닌 것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영원한 보물을 위해서 지금 가진 것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가진 것을 ‘버리는’ 행위이고 그렇게 올바로 ‘버릴’ 때에 비로소 모든 것의 가치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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