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거룩하게 되어 다른 신자들이 사는 곳이든 우리가 사는 곳이든 어디에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모든 이들과 함께 성도로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 (1코린 1,2)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에 편지를 쓰면서 이렇게 인사를 전합니다. 아주 짤막한 인사글이지만 참으로 중요한 내용이 서술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교회 공동체의 본질입니다.
교회 공동체는 예수님 안에서 거룩하게 된 이들입니다. 다른 무언가로 거룩하게 되거나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는 참으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좋은 성당이다, 아니다를 분별할 때에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야 합니다.
세상은 아마 신자수, 성당의 크기, 성당의 양식, 사는 지역의 수준, 교무금 수준 등등을 공동체의 가치 기준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외적인 분별 기준일 뿐입니다. 교회 공동체는 오직 하나의 기준, 즉 예수님 안에서 거룩한가 아닌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 10명만 있어도 한 고을을 멸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하시던 하느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이 공동체가 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신자들이 사는 곳이든 우리가 사는 곳이든 어디에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해야 할 일은 이런 저런 ‘사업’들이 아닙니다. 그러한 것들은 우리가 해야 할 핵심을 도와주기 위한 부수적인 요소일 뿐입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리스도의 이름을 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성찰이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이 성경을 옆구리에 끼고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은 단순히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고 외치고 다니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은 ‘사랑, 성실, 신의, 온유, 친절, 평화, 기쁨’과 같은 가치를 직접 살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우리가 그러한 가치를 직접 살고 주변 사람들도 그리 살도록 이끌고 도와 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른다면서 더욱 독선적이고 세상 사람들도 치를 떨 수준의 영적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 그것은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을 모독하는 꼴이 됩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은 우리가 구체적으로 선과 정의를 실천할 때에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우리들은 ‘부르심’을 받은 이들입니다. 우리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된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할 일은 ‘응답’하는 것이지요. 모든 것은 하느님에게서 나왔고 하느님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우리는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며 우리를 불러주신 하느님에게 합당하게 응답해야 합니다. 우리가 잘나서 부르심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어쩌면 당신의 능력을 드러내시려고 세상에서 가장 미천한 이들을 부르신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바오로 사도의 짧은 인사말 속에는 참으로 깊은 교회에 대한 기본 생각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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