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루카 12,51)
예수님의 말은 참으로 의아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오신 분 같은데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니 정말 당신 스스로의 가르침에 모순되는 모습 같습니다. 하지만 실상을 알고 나면 달리 이해할 수 있습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무책임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즉 모든 것을 허용하고 모든 것 앞에서 비굴하고 비겁하게 얼굴을 돌리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 안에서 용기있게 나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반대자들, 즉 복음과 반대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복음을 전하는 이들에 의해 아픈 곳을 찔린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물론 복음을 전하는 이들이 의도적으로 그들을 공격하는 것은 아닙니다. 복음을 전하는 이들은 하느님의 마음을 닮은 이들이라 모든 이들이 하느님을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때로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독을 먹고 죽어가는 아이 앞에서 애처로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그들의 활동은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사는 이들의 반발을 사게 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을 예수님은 ‘분열’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빛이 내리쬐면 빛을 좋아하는 것과 빛을 거부하는 것이 나뉘어지게 됩니다. 이는 빛의 탓이 아니라 그 빛을 받아들이는 것들에 달린 문제입니다. 특히나 우리 사람들에게는 ‘자유’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누구든지 빛을 받아들일 수 있음에도 스스로 빛을 거부하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평화로움’, ‘일 없음’, ‘안락함’을 주러 오신 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신자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이러한 것들을 찾지요. 예수님은 우리에게 ‘분열’을 일으키러 오셨습니다. 우리에게 빛을 비추어 우리 안에 깊숙하게 숨어 있는 거짓된 것들을 갈라 놓으러 오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진정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잠잠하게 있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완벽하게 거룩하지 않은 이상 변화의 여지는 분명히 존재하고 예수님은 우리의 그런 부분들에 빛을 쬐어 그러한 것들이 떨어져 나가게끔 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것이 마냥 꽃길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 길은 자신을 버리고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하는 가시밭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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