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 있기 싫어하는 존재입니다.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요. 하지만 함께 있는 그 누군가가 때로는 혼자 있는 것보다 오히려 더 못한 지경의 사람일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는 다시 홀로되기를 찾습니다.
그리스도교 안에도 ‘고독’의 자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고독은 ‘외로움’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근본에 ‘신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머무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고독’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군중 속에 머무르지만 때로 그들과 전혀 섞이지 못하는 체험을 하곤 합니다. 그들에게서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지만 결국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들도 똑같은 것을 우리에게서 찾을 뿐, 그것을 내어줄 여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모두가 사랑을 찾지만 그것을 내어줄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모두가 가난하고 기아 상태에 있는데 빵을 구걸하러 나서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로움 속에 몸부림을 치는 것입니다. 심지어 주변에 사람이 가득한데도 말이지요.
마음이 풍요로운 사람은 그 마음 속에 ‘사랑’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사랑의 원천에서 흘러나오는 법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이 사랑을 세상 안에서 찾으려고 애를 씁니다. 부유함, 화려함, 명예로움, 권력 속에서 우리는 사랑 받으려고 기를 쓰곤 하지요. 새로 산 차를 내세우면서 마치 그것이 자신의 인격이라도 되는 듯이 으스대는 것입니다. 정작 그 차에 기스가 날까봐 아무도 태우려 하지 않으면서 말이지요. 사랑을 내치면서 사랑 받고자 하는 오류에 스스로 빠져 있는 셈입니다.
가진 재물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정작 돈이 궁한 이웃이 다가오면 너끈히 꾸어 주기는 커녕 아까워서 더욱 움츠러듭니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는 사랑에 굶주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외롭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녀들은 외롭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은 고독할 뿐입니다. 그들은 하느님과 함께 머무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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