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 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이며 천상 예루살렘으로, 무수한 천사들의 축제 집회와 하늘에 등록된 맏아들들의 모임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또 모든 사람의 심판자 하느님께서 계시고, 완전하게 된 의인들의 영이 있고, 새 계약의 중개자 예수님께서 계십니다. (히브 12,22-24)
저마다 하늘 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존재할 것입니다. 헌데 재미있는 것은 그 이미지가 저마다의 선호 대상에서 비롯한다는 것이지요. 즉 과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천국에 과일을 둘 것이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천국에 꽃을 둘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천국은 전혀 다른 것을 지향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바로 위의 히브리서 말씀의 내용이지요. 물론 하느님은 전능하시고 완전하신 분이라서 모든 것을 마련해 두시겠지만 핵심이 전혀 달라지는 셈입니다.
우리는 천국을 지극히 피상적으로 상상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의 차원에서 좋은 것들, 특히 나 개인에게 좋은 것들을 상상하지요. 하지만 천국은 보다 공동체적이고 신적이며 거룩한 곳입니다. 우리가 천국을 즐기게 되는 이유는 날마다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다시 열매가 열리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모든 이들이 사랑으로 일치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위의 성경 표현을 읽으면 선뜻 그 말씀이 와 닿지 않습니다. 도대체 저 말씀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요. 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사랑으로 일치되어 있고 서로를 보듬고 아끼는지를 알 수 있다면,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위의 말씀은 그야말로 천상을 그대로 표현한 말씀이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언제 기쁨을 느끼시나요? 인터넷 쇼핑몰에서 신상품을 구매 했을 때에 기쁨을 느끼십니까? 아니면 누군가와 참된 애정을 주고 받을 때에 기쁨을 느끼시나요? 이처럼 사람들은 저마다의 기쁨의 바탕이 존재하고 그것을 추구합니다. 헌데 문제는 천상에서 누릴 기쁨은 지극히 영적이고 내적인 것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기적인 쾌락을 기쁨이라고 착각하고 있습니다. 서로 사랑하지 않고 소유하려고 들면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요. 나는 널 사랑하는데 너는 왜 날 사랑하지 않느냐고 투덜대곤 합니다. 그것은 거래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헌신이고 아낌없이 내어주는 것이지요. 물론 그 사랑은 하느님만이 온전하게 이루실 수 있고 우리는 모두 그 사랑에서 사랑을 배우는 이들입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거룩한 것, 영적인 것에서 어쩌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기술을 믿고 과학을 믿고 우리의 능력을 믿을 뿐, 거룩하고 영적이고 드높은 것에 기대를 걸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를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올바로 볼 수 없으니 당연히 거기에서 기대하지도 못하는 셈이지요. 그러나 의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을 기다리고 서로 사랑하는 관계의 절정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느님의 나라에서 그것이 온전히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믿으면서 지상의 시련 가운데에서 희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그들은 믿고 희망하며 열심히 사랑하는 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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