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요한 1,51)
이 말씀은 야곱의 사다리를 연상하게 합니다. 야곱은 광야에서 이 장면을 꿈으로 목격하고 그 곳에 하느님의 집을 지을 초석을 마련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말씀이셨고 당신 스스로 모퉁이 머릿돌이 되신 분이십니다. 하지만 그분이 지은 성전은 외적 형태를 지닌 성전이 아니라 영혼의 성전, 영적 성전이었지요.
우리 역시 같은 일을 해야 합니다. 물론 사람들이 여럿 모인 자리에는 그에 합당한 모임 공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데 커다란 건물을 지어놓는 것만큼 공허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사람들의 마음을 모아야 합니다. 흩어져 있는 마음들, 그 가운데 하느님을 찾는 마음들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맛을 보여 주어야 하겠지요. 다른 표현으로 하느님의 향기를 드러내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맛과 향기는 ‘거룩함’이고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사람들이 찾는 것은 하느님입니다. 그분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하느님의 자녀들이 됩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사람들을 모으려는 이는 가장 우선적으로 기도에 헌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 안에 거룩함과 사랑이 없는데 그것을 드러내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시급한 일은 기도가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만남’이 될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을 지니고 있어도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면 그들이 그것을 건네받을 방법은 없습니다. 우리는 복음을 전하는 이로서 구체적인 삶의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만남을 이루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이가 바삐 돌아다녀도 되고 어느 한 장소를 정해서 모여들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하기 나름입니다. 일단 사람들이 복음 선포자를 만나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예정된 일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사람들은 하느님의 맛을 분별할 것이고 그것을 찾는 이들은 다가설 것이며, 또 반대로 엉뚱한 것을 찾아 다가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니 그들은 물러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공동체는 차츰 커져 나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좋은 것을 맛본 이들은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게 마련이니까요. 사람은 시장에 가서 가장 싸고 질 좋은 것을 고릅니다. 복음의 말씀이 거저 주어지는 곳, 그리고 그 말씀의 가치가 드높은 곳이라면 사람들은 그 소식을 주변에 전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 사람들이 모여들어 성전이, 영적 성전이 지어질 것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는 하느님께서 축복할 것이고 당신 나라의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열린 하늘문을 보게 될 것이고 사람의 아들, 즉 말씀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하느님에게 다가서고 다시 현실에서 충실히 살아가는 모습, 즉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오르내리는 이들은 바로 ‘천사들’ 그 자체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배울 것이고 그것을 익히고 실천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는 영혼은 바로 천사 그 자체입니다. 그 공동체는 천사들의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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