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다고 뉘우치는 이는 용서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하루에 7번 찾아와서 잘못했다고 빌어도 그 뉘우침이 진심이라면 용서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뉘우치지 않는 이를 용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계속해서 잘못을 하고 있으면서도 뉘우칠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용서를 받을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닫힌 물병 속에 물을 넣겠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을 넣으려면 최소 뚜껑을 열어야 합니다.
사랑을 베풀고 살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베풀 가치가 있는 사람, 내가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베풀어야 합니다. 엄마는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 아이가 다른 곳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없고 죽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친구 사이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나 아니면 죽는 친구관계는 없습니다. 우리의 사랑은 그것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전해져야 합니다. 사랑을 이용하고 깔아 뭉개고 부숴 버리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건넬 필요는 없는 법입니다.
언제까지 잘 대해줘야 하느냐고 묻습니다. 과연 언제까지일까요? 그가 약해서 필요한 도움이고 나의 도움이 소용이 된다면 계속해서 나의 힘이 다할 때가지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 더 소중하게 쓰여질 도움을 받을 생각도 없는 사람에게 자꾸 들이미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하느님은 내면을 보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용서하라고 하시지만, 다른 한편으로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라고도 하십니다. 이 둘은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는 용서해야 하고 사랑해야 하지만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이에게 내어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용서와 사랑은 의지적으로 그것을 수용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막연히 집어 던진다고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용서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받는 이도 준비를 갖춰야 합니다. 그들이 받을 마음이 없다고 분별이 되고 나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 싹을 틔울 수 있는 이들에게 그것을 전해야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