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만일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한 중국 사람이었다면 아마 스페인어를 하나도 모를 겁니다. 그래서 어느 신부님이 저에게 이 축복식 책을 건네준다 하더라도 저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겠지요. 축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축복의 진정한 의미를 알지 못하면 축복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제 손에 물을 부었을 때에 손에 힘을 주어 잘 오무라져 있다면 물을 간직하겠지만 반대로 손에 힘을 주지 않으면 손가락이 벌어지고 물이 다 빠져나가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마음을 잘 추스리고 있다면 하느님의 축복이 머무를 것이고 반대로 우리의 마음에 구멍이 나 있다면 축복은 모두 빠져나가 버리고 맙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별로 없지요. 저마다 사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한 어린 여자아이가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 당했습니다. 그런 짓을 한 사람은 왜 그랬을까요?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행복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올바르게 생각하지 않으면 전혀 엉뚱한 행복을 찾게 됩니다. 사탄은 늘 우리를 그렇게 유혹하지요. 달콤한 것으로 포장을 해서 속에는 독이 든 것을 주는 것입니다.
술을 진탕 마시면 그 순간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건강을 상하게 되고 가족 관계가 파괴될 수도 있지요. 바람을 피우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뒤에 자녀들의 존경을 몽땅 잃어버리고 외토리가 되고 말지요. 이처럼 거짓스런 행복이 있으니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순간적인 쾌락에 불과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배어 나오는 것입니다. 내면의 충실성, 평화 중에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지요. 바로 그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이 성실하고 진실하고 사랑할 줄 알 때에,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섬길 줄 알 때에 이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돈을 마구 버는 것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돈을 마구 벌면 마음이 더 삭막해지곤 합니다. 여러분들은 작은 집에서 적어도 서로 얼굴이라도 마주보고 살지만 돈을 많이 벌어 각자가 방을 가지게 되면 아예 방구석에서 나오지도 않고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살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돈이 무한정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랑이 필요한 법입니다. 사랑이 가득한 사람, 책임감 있고 성실한 사람은 하느님께서 그에게 일용할 양식을 허락하십니다.
여러분, 제가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왜 있을까요? 사제들은 월요일이 휴일인데 제가 여기 왜 나와 있을까요? 만일 제가 제 개인적인 안락만을 찾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월요일은 놔두세요. 저 안갑니다. 제 쉬는 날입니다. 이건 제 권리입니다.’라고 말하면 끝이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나왔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들을 사랑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참된 사랑은 서로의 만족을 찾는 게 아니라 상대를 위해서 나를 내어주는 희생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르치신 분이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지요. 그분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지만 십자가에서 당신을 희생하셨습니다. 모쪼록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분이 진정한 행복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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