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중에는 우리가 원해서 맺는 관계가 있고 주어진 관계가 있습니다. 주어진 관계는 우리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것입니다. 아빠나 엄마, 형제나 자매와 같은 관계는 주어진 것이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웃이나 친구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가려는 이를 보면 우정으로 충고해 줄 수 있지만 계속 반복해서 같은 오류를 의도적으로 반복하면서 전혀 뉘우치지도 않는다면 그때에는 관계 정립을 위해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지요. 우리의 소중한 사랑을 밑빠진 독에 부어 넣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정이라는 것은 서로를 충만히 이루어나가는 발전되어 가는 관계입니다. 따라서 관계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이와 우정을 쌓아 나가는 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린 문제입니다.
하지만 가족, 또는 주어진 관계는 상황이 다릅니다. 그 관계는 우리가 함부로 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가능한 품어 안고 가야 하고, 또 평화로이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자녀에 대해서 가지는 관계와 형제간의 관계는 또다른 차원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돌보아야 하고, 반대로 자녀는 부모를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자녀가 엇나간다 하더라도 부모는 자녀를 끝까지 품어 안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엇나가는 자녀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어릴 때부터 부모의 올바른 사랑을 충분히 받은 자녀가 엇나갈 일은 지극히 드물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 형제간에는 이 절대적인 책임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편입니다. 형제간의 관계를 끊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형제가 올바로 성장하지 않은 것이 다른 형제의 탓은 아닙니다. 만일 형제 가운데 큰 문제를 일으키는 이가 있다면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마음으로 그 형제를 최대한 돕고 그와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형제의 충고를 듣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같은 집에 살아가는 이상 가능한 평화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요.
무엇보다도 우리는 하느님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하느님이 맡기시고 바라시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내 능력이 안되는 짐을 떠맡으라는 것도 아닙니다. 가족은 하느님이 우리를 알고 믿고 보내주신 짐이지만 우정은 우리가 선택하는 짐입니다.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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