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움이라고 해서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정의의 실행을 늦춘다는 이야기이지요. 정의는 늦어도 반드시 이루어지고 맙니다. 문제는 그 시기이지요.
하느님은 악인들을 왜 당장 벌하시지 않을까요? 나쁜 짓을 저지르는 자의 목숨을 그 순간 앗아가 버린다면 세상은 보다 더 평온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즉 세상에서 그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 모두는 죄인입니다. 우리 가운데 흠도 티도 없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외아들만이 그러실 수 있었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남을 심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심판은 가장 완전한 분에게 맡겨야 하는 것이지요. 즉 하느님만이 올바로 심판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할 말이 많습니다. ‘나는 이 정도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당장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지요. 과연 그럴까요? 우리는 한 인간에 대해서 그렇게나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작은 한 단편일 뿐입니다. 우리는 인간 내면에 흐르는 생각을 알지 못합니다. 그 인간의 성장 배경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어떤 역경을 딛고 지금에 와 있는지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지금의 모습일 뿐이지요.
하느님은 이를 잘 아시는 분이시고 따라서 당신 정의의 실행을 늦추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악인에게도 해와 비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자비로운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기회를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이 말이 정의가 무마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은 또한 정의로운 분이십니다. 당신의 정의를 반드시 실행하시고 마는 분이십니다. 기회를 더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그분의 정의는 더욱 더 굳건하게 실행되고 말 것입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으면 매를 덜 맞았겠지만 알고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은 매를 더 많이 맞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정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그분의 자비에 기대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중범죄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매일 일상적으로 해당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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