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헌, 내어바침이라는 것은 나의 소유이던 것을 내가 믿고 의탁할 수 있는 이에게 내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단 하나 우리의 소유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자유의지’입니다.
이 자유의지만큼은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남을 쉽게 돕지 못하는 것은 이 자유의지가 이기적인 방향으로 곧잘 흐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지를 봉헌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봉헌 행위가 됩니다.
수도자들은 바로 이 봉헌의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수도자들은 ‘의지’를 봉헌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물론 모든 삶을 봉헌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 모든 봉헌 가운데 가장 핵심은 ‘의지’가 되어야 합니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것들 가운데 의지는 ‘사랑’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바로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사랑이 도출됩니다. 자유의지가 없으면 사랑도, 또 죄도 없습니다. 자유가 없는 존재가 죄를 지을 리가 없고, 자유가 없는 존재가 사랑을 할 리가 없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의지의 봉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두 남녀가 서로 이끌리는 사랑을 할 수 있지만 진정한 사랑은 둘이 하나의 가정을 이루고 여러가지 힘겨운 일이 생겨날 때에 비로소 싹이 트는 것입니다. 사랑은 의지의 결심이고 진정한 봉헌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봉헌하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수도자들은 단순히 ‘거룩한’ 사람이 아니라 사랑으로 ‘거룩하게’ 되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수도자들의 근처에서는 하느님의 향기가 나야 하고, 그 향기의 출처는 다른 무엇, 즉 수도복이나 성무일도를 합창하는 모습이나, 엄숙한 전례나, 규칙적인 생활이기보다 가장 근본적으로 ‘사랑’이 되어야 합니다. 사랑이 없이 하는 모든 일련의 수도 생활은 메마른 나뭇가지에 불과하고 불을 태우는 장작으로밖에는 쓰이지 못할 것입니다. 즉, 열매가 없는 것이지요.
수도자는 가장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삶만 보고도 사랑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