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세상 모든 공동체의 기초가 됩니다. 한 인간은 가정 안에서 성장하며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고 기본적인 인간됨을 배우지요. 그래서 가정은 참으로 소중합니다. 가정의 모습을 잘 들여다보면 거기에서 바로 공동체의 모습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버지가 구성원들을 힘으로 억압하는 가정은 공동체도 비슷한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약한 이들은 힘으로 제압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주요 직분을 맡게 되면 그 자리에서 비슷한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란 자녀들도 비슷하게 성장하게 됩니다. 다른 현명한 통치 수단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의례히 힘이 없을 때에는 찌그러져 있다가 나중에 힘이 생기고 나면 자기보다 힘없는 이들을 내리누르는 형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아내가 남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가정은 공동체도 비슷한 모습을 지니게 됩니다. 아내는 틈만 나면 남편에 대해서 궁시렁거리고 남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런 모습을 보고 성장한 이들은 공동체에 나가서도 장상의 직분을 맡은 이들에 대해서 서슴없이 그런 일을 자행하게 됩니다. 건설적인 비판이나 자신이 무언가를 개선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활동을 하기보다 늘 주변에서 자기네들끼리 궁시렁거리기만 하는 것이 일이 됩니다. 그러는 동안 가정은 더 엉망이 되곤 하지요. 마찬가지로 공동체도 뭔가 구체적인 일은 존재하지 않고 저마다 말만 늘어놓기에 실제로는 더 엉망이 되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부모에게 반항을 하면 그 가정은 콩가루집안이 됩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올바른 모범을 보이지 못했고, 자녀들도 자기 나름대로 노력하고 참고 실천해야 하는 부분이 있음에도 그것을 하지 않아서 그렇게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이 공동체로 이어지면 마찬가지로 공동체가 콩가루가 됩니다.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어르신들이 지혜롭지 못하고 늘 투덜대고 자녀들이 하는 일에 사사건건 가로막기만 하면 그 가정은 바람 잘 날이 없을 것입니다. 어른들은 그 오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야 함에도 그런 지혜가 없이 자신의 유익만을 챙기려는 모습을 드러내곤 합니다. 그러면 사소한 일 하나를 하려 해도 그들의 잔소리 때문에 자녀들이 기가 꺾이게 됩니다. 이런 모습이 공동체에서 드러나면 공동체는 겁이 나서 발걸음 하나 제대로 딛지 못하게 됩니다.
가정의 일치는 소중한 것이고, 그 일치의 근간이 되는 가치는 잘 선별해야 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은 하느님으로 일치해야 하고 그분의 사랑과 모든 선을 바탕으로 하나로 모여야 합니다. 정직, 신뢰, 성실, 근면, 온유, 친절, 겸손, 인내와 같은 모든 가치들이 가정 안에 녹아 있어야 합니다. 그런 가정들이 형성될 때에 결국 공동체도 건강해지게 됩니다. 그렇지 않고 저마다 자신의 가정은 엉망으로 두면서 공동체가 맑고 깨끗하고 건강해야 한다고 우겨대는 것은 참으로 비정상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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