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을 떠올리면서 오직 물질적인 것만을 떠올리는 사람은 참으로 초라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 중에서 가진 것이 물질 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육체와 그에 필요한 것들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들 풍부히 지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지니고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쓰는 것’입니다. 애정, 사랑, 관심 그 밖의 어떤 말로도 충분히 표현될 수 있는 것들이지요. 사실 우리가 남에게 내어줄 수 있는 모든 것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없으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이 있어도 내어줄 마음이 없다면 아무 것도 주지 못하게 됩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마음이 있을 때에 우리가 내어줄 수 있는 것은 여러가지가 존재합니다. 나의 육체적인 힘, 나의 시간, 공감하는 감정, 그리고 나의 재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그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고 그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우리의 생명 자체가 될 것입니다.
생명을 내어준다는 것이 문자 그대로의 순교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생명을 내어주는 방법이 누구를 위해서 어느 순간에 목숨을 바치는 것으로 국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생명은 꾸준히 바쳐질 수도 있고 보다 중요한 사건을 계기로 바쳐질 수도 있습니다.
나의 육신이 정말 하기 싫은 일이 있는데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 일을 한다면 나는 나의 생명을 바치는 것이 됩니다. 그것은 어쩌면 그리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저 엄마의 설거지를 돕거나 아빠의 구두를 닦는 정도의 쉬운 일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나로서는 정말 하기 힘든 일인 셈이지요. 왜냐하면 나의 의지에 반대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나의 의지가 원한다면, 즉 나의 마음이 가 있다면 히말라야 산을 오른다 할지라도 쉬운 일인 셈입니다.
참된 희생은 간단히 말하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참된 희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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