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보좌 신부로 있을 때에 교구 안의 회의에 참석하면 사제 직무 평가제를 하자는 건의가 올라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제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제를 분별해 내어서 열심히 하는 이에게는 그에 합당한 것을 더 제공하고 그렇지 않은 사제는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었지요. 헌데 여기서 드는 의문은 과연 한 사제의 직무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본당 건축을 잘 하는 사제가 과연 일을 잘 하는 사제일까요? 아니면 특수 기관에 배정을 받아서 수익을 짭짤하게 올리는 사제가 일을 잘 하는 사제일까요? 이런 저런 운동을 일으켜 예비자 수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사제가 일을 잘 하는 사제인 걸까요? 만일 그 사제가 홀로 방에 앉아서 영적으로 전쟁을 하고 있다거나 아니면 미사에 열과 성을 다해서 전혀 다른 의미의 미사를 드리고 있다면 그는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 없어서 일을 못하는 사제인 걸까요?
여러분은 여러분들의 사제를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과연 누가 일을 잘 하는 사제이고 과연 누가 일을 못하는 사제일까요? 그렇습니다. 그건 우리가 바라볼 일이 아닙니다. 그건 하느님께서 바라보실 일입니다. 그 사제의 처음과 끝까지 모두 알고 있는 하느님께서 분별하실 일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전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있습니다. 가장 강력하고 본질적인 일이 있지요. 그것은 바로 ‘기도’입니다.
만일 지금 있는 사제가 거룩해지기를 원한다면, 기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제의 모난 모습이 보인다면 그를 위해 기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제가 부족하고 오류가 많다면 그를 위해서 기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기도는 신앙 안에서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수많은 신자들의 기도는 당연히 아버지이신 하느님을 자극하게 되고 그분이 나서서 보살피게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는 가장 완전한 지혜를 지니고 계신 분이십니다.
물론 행정적인 차원에서 교구장님과 그분을 돕는 이들은 이런 저런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기도 해야 합니다. 때로는 누군가에게 경고를 하기도 해야 하고, 또 직분에서 제외하기도 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는 참으로 드문 경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최종적인 분별이 되어야 하겠지요.
교회는 이윤을 추구하는 그룹이 아닙니다. 교회는 신앙을 도모하는 단체입니다. 그래서 쉽지 않습니다. 이윤은 눈에 뚜렷이 보이는 실적으로 드러나는 것인데, 신앙이라는 것은 참으로 분별해내기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 안에서 ‘장’의 직분을 맡은 사람은 늘 분별력을 잘 기울이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소돔과 고모라를 벌하기를 기다리고 계셨던 이유가 그 안에 있던 의인 ‘롯’ 하나 때문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가 빠져 나오는 그 순간 그 마을은 불바다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가 그 정도의 중요성을 지니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교회를 지탱하는 것은 재정과 제도와 법규가 아닙니다. 교회를 진정으로 지탱하는 것은 하느님의 자비이며 그 자비를 이끌어내는 겸손한 신앙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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