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안식일이었습니다. 유다인들에게는 가장 거룩한 날이지요. 합당한 휴식을 하면서 오직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찬미하는 데에 쓰이는 날입니다. 바로 오늘날의 주일과 같은 날입니다. 우리는 주일에 일과에서 멀어져서 하느님을 떠올리며 하루를 거룩하게 보내어야 하지요.
회당이라는 곳은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사람들이 기도하기 위해서 모이는 거룩한 곳이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성당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곳이었지요. 우리는 성당에 모여 함께 거룩한 말씀을 듣고 하느님에게 감사와 기쁨의 기도를 올립니다.
헌데, 그 소중한 날, 그 거룩한 장소 안에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안다고 하고 하느님의 거룩한 사람이라고까지 합니다. 마귀는 다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성당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주일날 미사를 드리러 성당에 들어오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거룩한 마음일 수는 없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세상의 영, 더러운 마귀의 영에 들린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더러운 마귀의 영은 자신의 본질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다른 누구보다도 거룩한 사람으로 드러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신앙의 외적 활동으로 자신을 치장해서 자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사람인 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실제로는 더러운 영을 지니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를 꾸짖습니다. 더러운 영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고 그를 쫓아 내십니다. 그러자 그 마귀는 그가 붙잡고 있던 이를 사람들 한가운데 내동댕이를 칩니다.
한 사람에게서 더러운 영이 떠나갈 때에 그는 자신이 사람들 앞에 내동댕이 쳐진 느낌을 받습니다. 겉으로 위선을 떨던 그의 내면이 진리를 마주하여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 자신이 지금까지 해 오던 은밀하고 수치스런 일이 사람들 앞에 드러나는 기분이라 그는 마치 사람들 한가운데 내동댕이쳐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마귀는 그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그곳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귀는 떠나고 그 모든 일을 지켜본 사람들은 주님의 권능을 찬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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