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일을 우리는 신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한 것들 가운데에서 우리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리는 ‘기적’이라고 표현하지요. 그리고 그 밖의 일들은 ‘기현상’이라고 표현합니다. 성상이 눈물을 흘리면 기적이 되고, 바위에서 물이 솟아나오면 기현상이 되는 식입니다.
하지만 설령 이상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감각 기관에 감지되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그것을 분간할 재주가 없게 마련입니다. 북한에서 아무리 엉뚱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가 그것을 알 도리가 없으면 우리에게는 그러한 것들은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지요.
문제는 실제 기적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정말 성상들이 눈물을 흘리기를 바라실까요? 만일 하느님께서 원하신다면 그러한 일들은 당연히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이 그러한 가시적인 현상을 바라는 근본 목적은 우리의 내면이 변하게 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즉, 하느님께서 바라는 진정한 기적이라는 것은 한 인간이 외적인 감화를 받아서 내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위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지요. 내적인 변화가 없는 단순한 외적 현상은 ‘기현상’과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근본 목적이 이러하다면 진정한 기적은 도리어 우리 주변에서 더욱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진정한 신앙의 모범으로 살아가는 한 그리스도인은 여느 기적보다 더욱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게 마련이지요.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삶으로 가르치는 그리스도인은 다른 이들의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셈입니다.
단순히 외적으로 눈에 드러나는 것을 쫓아 다니다가 길을 어긋난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언뜻 스스로를 정말 열심한 그리스도인으로 드러내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피상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얕은 신앙인에 불과합니다. 참된 신앙인은 더 좋은 사제, 더 좋은 본당을 찾아다니지 않습니다. 참된 신앙인은 오히려 겸손과 인내 안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그 어떤 것이라도 불평하지 않고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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