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는 종말입니다. 그때에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권세와 모든 권력과 권능을 파멸시키시고 나서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 드리실 것입니다. (1코린 15,24)
누군가가 한 고을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뜻대로 그 고을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일을 수도에 보고하고 그 수도에서 지시가 내려오는 대로 이행을 합니다. 그럼 그는 그 도성에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에 내어 맡기기 때문입니다.
세상 안에서 이런 이들은 낮추어 볼 지 모릅니다. 하지만 영성적인 의미에서 이런 이들, 즉 자신의 결정을 온전히 하느님의 뜻에 내어 맡기는 이들은 참으로 훌륭한 이들, 그야말로 어린이와 같은 이들이 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세상의 권력을 호시탐탐 노립니다. 왜냐하면 그 자리에 앉게 되면 아랫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력을 쥐려 하고 명예와 권력을 얻기 위해서 기를 쓰는 것입니다.
코린토서에서 표현하는 ‘모든 권세와 모든 권력과 권능을 파멸’한다는 표현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실제로 그 일을 행하실 것입니다. 세상 안에서 진정한 권력은 오직 하느님 뿐이고 그분의 외아들인 예수 그리스도 뿐입니다. 그 어떤 권력도 ‘죽음’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그들은 결국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앞에서 굴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리 권력이 있어도 죽음을 이기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그런 유한한 인간이 세상 안에서 온갖 힘을 자랑하려고 드는 것입니다. 그들은 타인들, 특히 미천하고 낮은 이들 가운데에서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착각을 합니다. 좀 더 가졌다고, 좀 더 나은 신분을 지녔다고 해서 스스로를 다른 이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두는 것이지요. 하느님은 이 모든 ‘교만’들을 깎아 내리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본래의 자리에 놓아 두실 것입니다.
그 일을 수행하시는 분은 바로 예수님이 될 것입니다. 사실 그 일은 이미 진행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런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표현해서 좀처럼 알아듣지 못할 뿐입니다. ‘복음화’, 즉 ‘선교’라는 것은 바로 세상 안에 올바른 주권, 즉 하느님의 주권을 표현하고 그것을 받아 들이도록 사람들에게 전하고 가르치고 설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의 온전한 주권 아래 종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은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합니다. 그들은 세상의 무력함을 여러번 바라보지만 깨닫지 못하고 여전히 세상 안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합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뒤쫓던 이들의 결과가 어떠한지 수차례나 들으면서도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잠시 하느님에게 돌아오는 척을 하다가 결국 다시 자기 중심 주의에 빠져들고 맙니다. 그리고 스스로 권력을 형성하는 것이지요.
우리 주님이신 그리스도는 이미 세상을 이겼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들, 참 신앙인들은 일을 해야 합니다. 사람들에게 진정한 복음을 전해야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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