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축복이라는 것을 흔히 그릇에 담겨진 푸딩 처럼 이해를 하곤 합니다. 즉 이미 완제품을 담아서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것을 받는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든 상관없이 축복을 건네면 받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축복이 전해지는 방식은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칩니다. 축복은 그것을 특별히 수여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입니다. 단지 축복을 특별한 경우에 특별한 사람이 전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더 잘 준비되어 있을 수는 있을 테지요. 그러나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복을 주어도 내치는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어느 신부님이 가게 축복식을 간다고 합시다. 그 신부님은 정성을 다해서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진정한 축복을 건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집주인은 ‘돈을 더 벌 궁리’만을 하면서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면 사제가 건네는 그 축복은 전혀 전해지지 않게 됩니다.
우리가 물을 깨끗한 그릇에 담아서 퍼줄 수 있지만 받으려는 사람이 아무런 그릇도 준비하고 있지 않는다면 그 물은 바닥에 흘러내려 버릴 것입니다. 마찬가지 상황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매 미사를 마치면서 사제는 신자들을 강복합니다. 그때 우리는 복을 받을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그 준비 자체가 바로 ‘미사’이지요. 우리는 미사의 전 과정을 통해서 복을 받을 준비를 하는 셈이고 미사를 마칠 때에 그 복을 온전히 담아 가는 것입니다. 헌데 그 미사를 소홀히 하고는 마지막에 정신 차려 복을 받으려고 한다고 그 복이 온전히 전해질 리가 만무합니다.
우리가 주고 받는 성물(聖物)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성물을 주고 받을 때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성물을 하찮게 대할 사람에게 함부로 성물을 주어서는 안됩니다. 적어도 그 성물의 의미를 올바로 분별하고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성물을 주어야 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축복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상존하는 것입니다. 실상 우리 생명 자체가 하느님의 축복이지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축복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축복 속에서 불행해하고 슬퍼하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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