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건물을 짓는 것과 영적 공동체인 성전을 건설하는 것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입니다. 때로는 외적 건물만 지어놓고 내적인 성전을 전혀 건드리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반대의 경우로 내적 성전은 잘 이루지만 외적 성전이 미흡한 경우도 있습니다.
신설 본당에 발령을 받고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을 만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적 건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디에 지을지 어떻게 지을지 땅은 어떻게 준비를 하고 어떤 순서로 지을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하지만 제가 마음쓰는 것은 내적인 성전입니다. 사람들을 어떻게 모으고 하느님에게로 데려갈까 하는 것이 제가 관심을 두는 것입니다.
물론 외적인 성전을 소홀히 할 수는 없겠지요. 마땅히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외적인 것은 내적인 필요에 따라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장사치들만 잔뜩 모인 곳은 성전이라고 하지 않고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기도하는 이들이 모이면 나무 밑에 평상을 깔고 미사를 드리더라도 그곳이 성전이 됩니다.
먼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한 하느님 아래에서 한 마음으로 머무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는 동안 성전이든 조립식 건물이든 천막이든 무언가가 마련이 되겠지요. 하지만 무엇이 마련되든 사람들은 그곳에서 하느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기도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 모두는 하나의 성전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영혼은 하느님을 갈구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몸이 여러분 안에 계시는 성령의 성전임을 모릅니까? 그 성령을 여러분이 하느님에게서 받았고, 또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 아님을 모릅니까? (1코린 6,19)
“스승님 보십시오. 얼마나 대단한 돌들이고 얼마나 장엄한 건물들입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너는 이 웅장한 건물들을 보고 있느냐? 여기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마르 13,1-2)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유다인들이 말하였다. “이 성전을 마흔여섯 해나 걸려 지었는데, 당신이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는 말이오?” 그러나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 (요한 2,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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