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반미사를 드릴 때였습니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참석자들을 둘러보고 ‘오늘 미사는 모두가 함께 조용히 앉아서 드릴 거예요.’ 라고 하고는 앉아서 미사를 드렸습니다. 미사가 끝나자 본당의 열심한 청년이 다가와서 묻습니다.
- 신부님, 앉아서 미사를 드려도 되나요?
- 왜? 서지 않으면 죄라도 짓는 건가?
- 음, 서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 아닌가요?
- 하하하, 사랑으로 하는 일에는 자유로움이 있는 법이야. 만일 내가 ‘거짓말을 합시다.’라고 한다면 자네는 다가와서 나에게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나를 고쳐 주어야 할 의무가 있어. 하지만 양심에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는 일이라면 그건 상황에 따라 필요하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는 일이지.
많은 이들은 법과 질서를 따집니다. 하지만 그것을 따져서 더욱 하느님의 뜻에 다가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이 세운 규정에 종속되어 살아가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의로움을 드러내기 위해서, 또 심하게는 상대의 흠을 잡아내기 위해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예수님이 안식일에 병자들을 고치고, 이삭을 뜯어먹고, 세리와 창녀와 죄인들과 어울려 지낸 것은 예수님은 모든 것을 사랑으로 하셨기에 오히려 법의 근본을 완성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분을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비난의 근거가 되는 셈이었지요.
‘금육에 고기를 먹어도 되나요?’ 라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됩니다. 하느님이 당신의 입에 고기가 들어가나 안들어가나를 지켜보고 계실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십시오. 아마도 하느님은 고기 대신에 더욱 비싼 회를 먹으면서 금육의 본질적인 의미를 망쳐버리고 있는 당신의 마음을 주목하실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