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는 해 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의무 지워지는 일을 사람들은 싫어합니다. 반면 권리는 사람들이 누리는 것으로서 어떻게든 사람들이 챙겨 받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로 권리만 누리려고 하면 흔히 이기적이고 나쁜 사람이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의무와 권리를 균등하게 지니고 있는 법입니다.
예를 들어 아빠가 해 내야 하는 의무가 있는가 하면 아빠가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아빠는 가족을 보살펴야 하고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동시에 아빠는 가족의 존경과 애정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사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제는 본당 신자들을 하늘 나라로 이끌도록 영적 사정을 돌볼 의무가 있습니다. 반면 사제로서 받는 권리도 있습니다. 그것은 신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입니다.
때로는 이 균형이 맞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의무는 다 하는데 권리를 제대로 챙겨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바로 이를 말합니다. 복음은 최선을 다해 전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조롱과 원한, 증오일 때도 있습니다. 헌데 바오로 사도는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받을 삯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도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말하라고 가르치십니다. 권리에 대한 자발적인 포기는 비로소 ’거룩한 희생‘의 여지를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무릇 우리가 전하는 복음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입니다. 즉, 영원한 생명을 위해서 이 땅에서 목숨을 버리는 것이 우리가 전하는 복음입니다. 신앙 생활은 현세 사람들의 눈에는 손해보는 것 뿐입니다. 시간과 노력과 심지어 금전까지도 손해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손해가 영원 안에서 상급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그 복음에 동참하려면 주어진 의무나 하고 있어서는 부족한 것입니다. 의무는 맡겨지는 것이고 해 내야만 하는 것이며 오히려 하지 않을 때에 불행해지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복음을 전하는 이가 유일하게 얻을 수 있는 삯은 스스로를 희생하는 자유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마땅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 그것이 복음 선포자가 복음에 동참하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병고 떠맡으시고 우리의 질병 짊어지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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