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물건의 가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100만원짜리 물건을 팔고 있는데 50만원을 들고 가면 절대로 그 물건을 살 수 없다는 걸 압니다. 반대로 1000만원, 아니 1억원이 있으면 100만원짜리 물건은 쉽게 살 수 있습니다. 사실 신앙의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능력있고 고귀하고 값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덜한 것을 성취하고 해결할 수 있는 법입니다.
우리의 능력은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는 영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인내와 겸손과 온유와 자비와 같은 내적 역량은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쉽게 용서하지도 못하고 쉽게 뉘우치지도 못하며 용기있게 나서지도 못하고 인내로이 견딜 줄도 모릅니다. 우리는 부족하고 나약한 이들입니다. 그래서 순전히 우리의 능력만으로 세상을 마주하려고 하면 불가능해지는 것이 많아집니다.
특히나 어둠의 세력은 인간을 공격해 들어옵니다. 그 어둠의 세력에는 악한 영들이 있고 그 영들에게 사로잡힌 인간들도 있습니다. 그런 이들과 마주할 때에 우리는 곧잘 맞설 힘을 상실하고 무너지게 됩니다. 그들의 힘은 만만치 않게 강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강하기도 합니다. 악한 이들은 더욱 의욕적으로 강하게 악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악을 실행하는 이들이 훨씬 더 영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선하고 동시에 순진한 이들은 그들 앞에서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여기에 우리의 '신앙'의 자리가 놓여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순수하게 우리의 힘만으로 그들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우리편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나머지 자신의 친아들 마저도 내어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분의 그 크신 사랑, 무한한 사랑에 의탁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슨 조직 폭력배들이 자신의 배후 세력에 기대어 제멋대로 하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이 뒤를 봐주고 있으니 네 마음대로 하고 싶은대로 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시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는 우리는 우리를 용서해 주시는 분의 능력으로 죄의 종살이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형태의 과거의 오류를 가지고 있더라도 하느님의 전능하신 사랑과 용서의 은총에 힘입어 오늘날 우리의 삶을 올바로 정돈하고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선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나 같은 놈이 선한 생활을 할 수 있겠어?"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당신의 전능함 속에서 우리의 편이 되어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고유한 능력은 우리 스스로를 빛으로 이끌어가기에 너무나도 부족하지만 빛이신 분이 우리를 이끌어 주시면 우리는 빛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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