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하고 돌아가시오. 이스라엘의 하느님께서 당신이 드린 청을 들어주실 것이오.” (1사무 1,17)
하느님에게 드리고 싶은 청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묵묵부답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듣지 않으시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직접 우리의 귀에 들리는 수단으로 응답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어떻게든 응답을 주십니다. 제가 적는 이 글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기도를 듣고 응답하고 계신다고 저는 여러분에게 가르칩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둔하고 고집스럽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방식의 응답을 기다릴 뿐입니다. 하느님이 당신의 영광을 기적처럼 드러내시거나 하다못해 천사라도 와서 표징을 드러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우리의 엉뚱한 바람이 우리의 청원이 그릇되었다는 것을 드러내어줍니다.
우리는 전능하신 하느님에게 우리의 청을 내어 맡기는 것이 아니라, 쓰기 좋은 도구로서의 하느님을 우리 손아귀에 쥐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전능하다고 하니 우리가 청하는 것을 이루어줄 수 있는 최고의 도구인 셈입니다. 내가 가진 탐욕과 욕구를 너끈히 채워줄 수 있는 존재로 하느님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 도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라도 내던져 버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최종적으로 그 사람에게 있어서 신은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인 셈이지요.
사무엘 상권의 위의 구절에서 한나는 엘리 사제에게 순명하고 돌아갑니다. 그리고 나서야 하느님의 일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지요. 한나는 사무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과연 우리는 순명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아니면 우리가 원하는 것을 그 즉시 이루어 주실 때까지 고집을 피우고 반항하고 있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