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세상에 속한 것을 말하고 세상은 그들의 말을 듣습니다. (1요한 4,4)
저마다 자신만의 필터가 있어서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들이 걸러져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단 한 번도 예수님이나 성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광장에서 여러 사람이 웅성이는 가운데에 성모님이나 예수님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해서 없던 관심이 대뜸 생겨나지는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에 귀가 민감해져 있고 그 주제를 스치듯 들으면 거기에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하지요.
우리는 과연 어떤 주제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까요? 그리고 그 주제 안에 들어있는 어떤 요소 때문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것일까요?
SNS의 요소 중에 ‘태그’를 다는 것이 있습니다. 한 사진을 두고 #사람 #시장 #음식 이라고 태그를 달면 같은 사진 안에 그런 세 가지의 주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헌데 누군가는 사람에 관심을 가져서 그 사진을 보게 되고, 다른 누군가는 시장에, 또 다른 누군가는 음식에 관심을 가져서 그 사진을 찾아보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언뜻 겉으로 거룩하고 중요하고 의미있어 보이는 일이지만 그 숨은 이면에 전혀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찾기도 합니다. 즉 세상적으로 중요해 보이는 일에 헌신하지만 실은 자신의 이름을 내비치기 위해서 그 일을 하기도 하고, 또 거룩해 보이는 일을 하지만 실은 그 일을 통해서 벌게 될 재화를 탐내기도 하는 것이지요.
성당에 나온다고 다 신앙인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온갖 요소가 태그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명예, 장사에 대한 이득, 배우자 탐색, 심심풀이, 주임 사제나 본당 중요 인물을 통한 권력욕,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명예욕 등등의 수많은 것들이 함께 존재할 수 있지요.
그러한 가운데 세상에 속한 사람들은 세상에 속한 것을 말하고 세상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마다의 관심사가 들어맞기 때문입니다. 반면 세상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듣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을 들을 수록 자신의 양심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제 조용한 시간에 스스로를 잘 성찰해 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듣고 싶어하고 있을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