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내 계명을 늘어놓으며, 내 계약을 너의 입에 담느냐? 너는 훈계를 싫어하고, 내 말을 뒷전으로 팽개치지 않느냐? (시편 50,16-17)
이 말을 거꾸로 살펴보면 하느님의 훈계를 싫어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뒷전으로 하더라도 하느님의 계명을 늘어놓을 수 있고 그분의 계약을 입에 담을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현대식으로 표현을 하면 착하게 살지는 않으면서 거룩한 척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되지요. 그리고 이렇게 사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형식을 준수하고 관습을 지키면서도 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외적 규정을 지킨다고 내면이 변화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주일 미사에 와서 앉아 있더라도 마음은 얼마든지 다른 데에 가 있을 수 있는 법입니다.
하느님은 외적인 것을 살피시는 분이 아니라 내적인 것을 살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은 외적으로 화려하게 드러나는 제사를 바라시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진실하고 거룩한 제사를 바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미사를 드리러 갈 때에 내면을 잘 살펴야 합니다. 단순히 외적 예절에 참여한다고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서야 하고 내면을 깨끗이 해야 합니다. 우리의 증오, 탐욕, 무절제, 시기와 같은 것들을 살피고 씻어내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의 준비 없이 외적으로만 드리는 미사는 오히려 하느님 앞에 부당한 행위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번제물이나 희생 제물 바치는 것을 주님께서 더 좋아하실 것 같습니까? 진정 말씀을 듣는 것이 제사드리는 것보다 낫고, 말씀을 명심하는 것이 숫양의 굳기름보다 낫습니다. (1사무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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