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임금님의 죄를 용서하셨으니 임금님께서 돌아가시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임금님께서 이 일로 주님을 몹시 업신여기셨으니, 임금님에게서 태어난 아들은 반드시 죽고 말 것입니다.” (2사무 12,13-14)
사람들은 뭐든 쉽게 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일단 ‘회개’를 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인생길이 마치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는 것처럼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합니다.
회개라는 것은 방향전환을 의미합니다. 회개는 어둠을 바라보던 상태에서 빛을 바라보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이 회개는 쉽지 않은 것이지만 다른 과정에 비하면 비교적 쉬운 것이기도 합니다.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는 쉽게 멈추어 서지 않습니다. 핸들을 꺾는다고 해서 그 차가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던 힘에 의해서 넘어지고 데굴데굴 구르게 됩니다. 방향을 제대로 돌리기 위해서는 속도를 줄여야 하고 어느 정도 속도가 줄어들었을 때에 핸들을 꺾을 수 있습니다.
어둠을 향해 달려가던 사람이 갑자기 회개하는 일이 드문 이유입니다. 그렇게 되기가 참으로 힘든 것이 이미 가던 속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특별한 도움이 없이는 갑작스러운 완전한 회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속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것이 일종의 회개가 됩니다. 방향을 본격적으로 바꾸는 것은 그 속도가 어느 정도 줄어 들었을 때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일단 회개는 속도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을 합니다. 자신이 하던 악습을 조금씩 내던지는 데에서부터 회개가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다윗은 회개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죽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죄악에 상응하는 결과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들의 죽음’으로 상징됩니다. 다윗의 마음은 이미 뉘우쳤고 하느님에게 방향을 돌려 있었지만, 다윗이 달려가던 그 길에 대한 후폭풍은 다윗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어둠의 행위들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들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감당해야 합니다. 나쁜 친구들을 사귀고 나쁜 습관을 들인 사람은 훗날 하느님에게로 다시 마음을 돌렸을 때에 자신이 이전에 몸담고 있던 나쁜 것들의 결과를 감당해 내어야 합니다. 담배를 끊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피어온 담배로 인해서 체내에 쌓인 독극물들이 정화되는 시간은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인 것입니다.
우리는 한 가지 방향으로 나아갈수록 거기에 속도를 더하게 됩니다. 회개는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개를 하는 것은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언제나 상응하는 보속이 다가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라도 우리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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