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육신을 지닌 인간인 이상 공간적인 존재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특별한 은총을 베푸시지 않는 이상 한 사람이 두 공간에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누군가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을 때에는 언제나 그와 함께 머물러 있는 이들과 그와 함께 머무르지 못한 이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추상적으로 말해서 복잡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예를 들어 간단하게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보좌 신부님을 가운데 두고 늘 교사회와 청년회가 다투곤 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곳도 많지만 보편적으로 그런 갈림이 있게 됩니다. 왜냐하면 보좌 신부님이 동시에 두 공동체를 보살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양측이 분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양자를 보살피거나 아니면 아예 양측 모두에 관심줄을 끊거나 할 수 있습니다. 어정쩡하게 하다가는 언제나 군소리가 나오게 마련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인간인 이상 상투를 틀고 어깨춤을 추더라도 모든 이의 기대를 완벽하게 채울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하느님’을 찾는 것입니다.
인간의 기대를 채우려고 노력하는 사목자는 언제나 실패하게 됩니다. 모든 이에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목자는 결국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하느님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고,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원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일할 때에는 일을 하고 놀 때는 놀고 도움을 청하는 이에게는 도움을 주고 충고가 필요한 이에게는 충고를 하면 됩니다.
인간적인 찬사를 받기 위해 아둥바둥대지 않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것만큼 쓸데 없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하느님의 영광을 구하고 나머지는 하느님에게 맡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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